솔직히 말해서 나는 학창 시절에 수학을 잘했다. 국민학교 때는 산수경시대회, 중학교 때는 수학경시대회 고정 멤버 였고, 고등학교 때는 다른 성적은 별로 였지만 수학만큼은 상위권을 유지했었다.

그랬던 사람이 대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는 수학을 내려 놓게 되었다...

고교 수준까지의 입시 위주 수학은 정답이 정확히 딱 떨어지게 존재해야 한다. 점수로 환산해야 하기 때문에 정오(正誤)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렇다보니 정규 교육은 학문적인 접근이 아닌 문제 풀이 위주인데, 오히려 이게 참 재미가 있다. 맛들이면 수학 문제 풀기가 취미가 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처음 접했던 대학수학은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무너뜨리기 충분했다. 수학은 어디까지나 학문이며, 내가 문제풀이로 즐기던 것들은 이미 값이 다 구해져 있어 가져다 쓸 뿐, 훨씬 고차원의 문제들을 고민해야 했다. 또한 정확하게 딱 값이 나오는 문제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컴퓨터공학도로서 0과 1로 구성되어 바이너리하면서 이산적인 분야만 선호하는 내 입장에서는 이런 공부가 영 즐겁지 않았다. 게다가 내가 재학하던 시절의 컴퓨터공학과는 커리큘럼 상 {SW+HW분야}와 {순수SW분야}, 이렇게 두 진로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가능했다. 때문에 당연히 나는 순수SW분야를 택하게 되었고, 자연히 수학과는 담을 쌓는 것이 가능했다.

그렇게 수학 없는 수십년의 삶을 살았다...

정말 아무 문제 없이 살아오다가 근래에 게임업계에 투신하게 되면서 조금씩 수학의 필요성을 느껴가고 있었다. 3D 분야는 생각보다 많은 수학적인 사고(회전행렬만 알면 다 되는 줄 알았다...)를 요구했다. 물론, 나는 서버 프로그래머이기 때문에 실무 수준의 수학 지식은 필요 없지만,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질 것 같았다.

이런 와중에 인공지능 분야를 공부해보니, 이건 뭐 온통 수학 천지다. 그래서, 수학을 좀 회피해보려고 아래의 실습 위주의 교재를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텐서플로 첫걸음' 교재로 첫걸음 떼기

21세기 최고의 화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을 문 걸어 잠그기 전에 입문하려 한다. 사실 늦은 감이 있지만 도태되고 싶지 않다면 따라가기라도 해야 한다. 그 첫걸음으로 ��

swjman.tistory.com

위 책의 2장을 보기 시작하면서 쉬워 보이는 책표지와 머릿말은 그저 책을 팔기 위한 유인책 임을 깨닫게 되었다.(책의 내용은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수학 지식이 없으면 한걸음 떼기도 어려우며 왜 그렇게 코딩을 하는지 한줄도 이해할 수 없었다.

 

혼란스러웠다. 그냥 지금 세상이

수학의 역습

인 것 같다.

즉, 이제 더이상 수학을 피할 수 있는 쉘터는 없어 보인다. 지름길로 들어섰다고 생각했지만, 막다른 길이었다. 많은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자신이 작성한 글을 통해 '자동차 구조를 알아야 자동차 운전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식의 논리로 수학을 자세히 알 필요는 없다고 안심을 시키지만(막상 교육 내용은 온통 수학...), 그 말만 믿고 입문한다면 큰 낭패에 빠지게 된다. (내가 바로 그런 낭패를 보는 중...)

어렸을 때 배웠던

'제일 빠른 지름길은 '정도(正道)이다.'

라는 격언이 떠오르는 시점이다.

 

이제 얍삽하게 피하려 하지 않고, 정도로 가련다. 그 정도의 첫걸음으로 이 책으로 수학 공부를 시작하려고 한다.(사실, 이미 공부 중) 먼저 보신 지인 분들의 추천을 받았으므로 확실한 선택이라 믿는다.

표지가 맘에 든다고 해서 이상한 사람은 아니다.

 

대충 훑어본 느낌으로 이 책은 표지와는 달리 산뜻하지 못한 내용들만 가득하다. 진지하게 공부하지 않으면 이 책 역시 절반도 읽어낼 수 없다. 내용이 어려운 만큼 조금씩 정진하면서 포스팅을 해나가려 한다.

 

Posted by J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