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2020. 2. 8. 10:15

얼마 전의 일이다.

 

부모님 집에서 본인의 집에 가기 위해 자가용을 몰고 동부간선도로에 진입하고 있었다.

날이 어둑어둑해져서 주변이 슬슬 안보이기 시작할 때였다.

 

그런데, 내 뒤의 차가 전조등을 켜지 않은 채로 바짝 붙어서 따라오고 있었다.

운전 경험이 좀 있으신 분들은 한 밤 중에 전조등을 켜지 않은 차는 그야 말로 

거대한 흉기라는 것을 알고 계실 것이다. (그 차의 차주까지 위험해지는)

 

평소에는 그냥 차선을 바꾸든지 해서 그냥 멀리 떨어졌었는데,

그 날 따라 뒤의 차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차를 세워서 '전조등 좀 켜시죠.' 라고 얘기를 할 수도 없고, 

무전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전화를 할 수도 없지 않은가...

 

그 때 불현 듯 내가 전조등을 껐다 켜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뒤 차는 분명 내가 전조등을 껐다 켜는게 보일 것이고, 그러면서 문득 자신의 

전조등 상태를 확인해보려 하지 않을까?

 

실행에 옮겨 보았다. 

내 차의 전조등을 끄고, 약 3초 정도 후에 전조등을 다시 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잠시 뒤 차를 사이드 미러로 주시하고 있는데,

 

오! 뒤 차가 전조등을 켜는 것이 아닌가!

 

정말 기분이 좋았다. 특이한 방법이지만, 생전 본 적도 없는 사람에게 나의

생각을 전달했다는 것이 묘한 쾌감을 불러 일으켰다.

 

아마도 인간에게는 성욕이나 식욕 등의 주요 본능 뿐 아니라,

소통을 하고 싶은 욕구도 주요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게 아닐까...

 

지겨운 운전이 그 날 따라 참 즐겁게 느껴지더군  :]


- First 2012. 6. 2

  . 네이버 블로그에 처음 기록

- Review 2020. 2. 8

  . 좀 더 오래 살아 보니 사람마다 소통욕구에 대한 상당한 편차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 본인이 남들보다 소통에 대한 과잉욕구가 있다보니 이런 행위도 했던 것이었다.

  . 심리학적으로 '과잉'이라는 용어가 인용된다는 것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므로,

  . 소통욕구분출을 평균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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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MAN